2012. 8. 29. 12:15ㆍ교훈이 되는 이야기
지중해는 거대한 호수와 같아서 항해가 쉬워 예로부터 교역로의 역할을 했습니다. 황하와 양자강도 주요 교역로였죠. 이런 게 major 교역로였다면 지중해와 에티오피아를 잇는 아라비아 반도의 교역로 같은건 minor 교역로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에티오피아는 예로부터 중동과 문화적 교류가 많았습니다. 중동의 종교인 크리스트교를 일찍이 받아들여 크리스트교 국가가 되었죠. (왕족은 또 유태인이라는...) 에티오피아에서 아라비아반도 최남단의 예멘으로 물건을 나르고 예멘에서 그 화물들을 낙타에 옮겨싣고는 아라비아 반도를 횡단해 동지중해로 향했죠. 이 교역로를 지배했던 민족이 바로 오늘 말씀드릴 아랍인입니다.
(그 교역로에 이슬람의 성지 메카가 위치하고 있죠.)
아랍인들은 로마제국과 교역을 하면서도 가끔 로마제국의 변경을 괴롭히는 약탈자의 모습을 한 것이 마치 만리장성 이북의 초원민족과 비슷하죠. 아랍인이 살던 곳은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와 동지중해라는 두 발달된 문명세계를 연결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문명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죠. 하지만 이들은 바로 다음 시대에 세계 최고의 문명을 건설하게 됩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고트족, 반달족등 게르만인들이 밀려들어오게 됩니다. 이들은 로마 각지를 정복하여 왕국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시기에 아랍인들이 팽창을 하게 됩니다. 사막의 대상이며 유목민이었던 이들은 낙타와 말을 타고 장거리 정복활동을 펼쳤습니다. 동지중해의 시리아와 이집트를 정복하고 서진하여 북아프리카로 진출하여 베르베르인들을 복속시키고 북진하여 이베리아를 정복합니다. (알 안달루스, 에스빠냐어로는 안달루시아라고 합니다.)
사막에서 심플(?)하게 살던 사람들이 당시 지구에서 가장 문명이 발달한 곳 중 하나인 동지중해를 장악하게 된 것이죠. 아랍인들은 유태교에서 파생된 그들의 종교를 각지로 퍼뜨립니다. 아랍인들이 정복한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는 물론이고 아랍인에 뒤이어 이슬람을 받아들인 이란인(페르시아)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뻗어나가 비단길에서 당나라와 조우하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고선지의 당나라군이 패배하였고 포로로 잡힌 당나라 사람들에 의해 종이 제조법이 전래되어 중앙아시아와 지중해 세계에서도 종이를 쓰게 된 것입니다. 얇은 종이는 두꺼운 양피지와 파피루스를 대체하였고 이는 플로피 디스켓이 씨디로 대체되는 것에 비견할만한 정보 혁명을 낳습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에서 남하하여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해안 지역이 이슬람화되었고 바다의 길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의 말레이인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비단길의 투르크인들 역시 개종하게 됩니다. 이 두 루트를 통해 중국과 고려까지 이슬람인들이 들어가게 되었죠.
아라비아 반도를 횡단하던 아라비이안들은 이제 스케일이 커져서 지중해와 중화문명을 잇는 거대 교역로에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스케일만 커진게 아니었죠. 아랍인들은 동지중해(특히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의 도서들을 통해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을 이어받았으며 보다 나은 상태로 발전시켰습니다. 관찰과 실험, 통계라는 근대적 의미의 과학을 한 사람들은 중세 이슬람 과학자가 최초였죠.
아랍인들의 팽창은 유럽인들에게는 지중해 남쪽의 북아프리카와 북쪽의 유럽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중해 시대에서 유럽시대로의 전환이었죠. (때문에 어느 폴스카 역사학자는 서로마제국의 멸망이 아니라 아랍인들의 북아프리카 정복을 중세의 시작으로 봅니다.) 유럽인들이 중세 암흑기 동안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동안 아랍인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세계는 고대 문명을 이어받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훗날 유럽인들은 이베리아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아랍인들의 서적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고대 문명을 다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Renaissance(부활)입니다. 부활이란 곧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의 부활을 의미했죠.
이슬람 문명은 유태교에서 파생되어 나온 이슬람교라는 일신교를 공통점으로 하고 있기에 지극히 헤브라이즘적인 것 같지만 실상은 아주 합리적이며 코스모폴리탄적이라는 점에서 헬레니즘과도 상통하고 있습니다. 아랍인 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인, (이교도이지만) 그리스인, 베르베르인, 투르크인, 말레이인, 흑인 등이 모두 평등하고 하나가 된 세계를 건설했죠. 하지만 이들의 세계는 주로 건조한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배후가 약해서 훗날 배후가 탄탄한 유럽 세력에게 자리를 내놓게 됩니다.
(북아프리카는 해안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농경이 어려운 사막이 나오죠. 때문에 배후가 없는 면이 아니라 선의 국가입니다. 성장에 한계가 있죠. 때문에 이베리아에서 기독교 세력에게 점차 밀려 식민지화되고 맙니다.)
ps-이슬람 문명은 여러 면에서 오랫동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으며 비단 유럽의 르네상스에만 영향을 끼친게 아니라 중국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원나라의 관료 계급은 이슬람인인 색목인(백인이란 뜻)이 맡았으며 이 때 이슬람 문명이 중국으로 대량 유입되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끼쳤는데 조선 초의 여러 과학적 성과들은 이슬람 문명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ps2-고드프루와의 서양중세사를 보면 '기독교화, 이슬람화는 문명의 발전을 의미했는데 이슬람지역이 다시 기독교화되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훈이 되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개신교 교리와 불교 교리의 차이점 간단히 정리. (0) | 2012.08.31 |
---|---|
[스크랩] 반야심경 이야기 (0) | 2012.08.30 |
[스크랩] [이야기 sobieskiego] 냉전 중의 린민메이 어택 (0) | 2012.08.29 |
[스크랩] 기공과 기독교 (0) | 2012.08.29 |
[스크랩] [이야기 sobieskiego] 근대의 풍경 76. 힌두교 디아스포라 (0) | 2012.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