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파주 화재’ 누나 사망… 동생 돌봐주고 싶어 간호사 꿈꾸던 열세살 소녀

2012. 11. 8. 13:27사랑방

★카페자료를 퍼갈시는 먼저 카페블로그플래닛이 [비!공!개!]인지 확인부터

 
 
‘파주 화재’ 누나 사망… 동생 돌봐주고 싶어 간호사 꿈꾸던 열세살 소녀
파주 | 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화마 속에서 장애 남동생을 보호하다 의식을 잃은 지 9일 만에 숨진 경기 파주 박모양(13)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야간 일용직으로 일하는 박양의 아버지(46)는 “큰아이가 ‘어른이 되면 간호사가 돼서 아픈 동생을 잘 돌봐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말했다.

박양의 짧은 생은 뇌병변 1급 장애아인 남동생(11)과 늘 함께였다. 박양에게는 약간의 발달장애가 있었지만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어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지만 집에서는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성격이었다.

경기 파주 화재현장에서 뇌병변 1급 남동생을 보호하다 사고로 함께 중태에 빠졌던 박모양이 7일 숨졌다. 박양이 사고 전 가족과 함께 외출해 동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뇌병변 장애 2살 어린 동생
맛있는 음식 먼저 챙겨주고
용변 못가리면 씻기고 세탁
이웃 “동생의 그림자” 애석


▲ 마지막까지 곁에서 지키다
동생 남겨놓고 짧은 생 마쳐


초등학교를 졸업한 박양에게 부모는 일반 중학교 진학을 권했다. 하지만 박양은 남동생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진학하겠다고 고집했다. 뇌병변 장애가 심한 동생을 돌보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어머니 김모씨(44)는 “딸은 부모가 일을 나가면 동생을 돌봐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 어린 나이에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아들은 엄마보다 누나를 더 잘따랐고 손짓 등으로 애정 표현을 부모보다 누나에게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 최모씨(51)는 “누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도 동생이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올 시간이면 늘 버스 정류장에서 동생을 기다렸다”며 “동네에서는 남매의 우애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결국 이렇게 슬픈 일이 일어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도 “누나는 동생의 그림자”라며 “길을 걸을 때도 누나가 항상 동생이 교통사고라도 날까봐 도로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게 했는데 그런 누나가 이렇게 허망하게 가족 곁을 떠났다니 믿기 어렵다”고 했다.

박양은 특수학교로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수업시간을 빼면 거의 남동생을 곁에 두고 생활했다.

파주 새얼학교 관계자는 “누나가 점심시간이면 동생 옆자리에 앉아 반찬을 챙겨주면서 살뜰히 돌봤다. 방과후 수업으로 동생의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꼭 기다렸다가 손을 잡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등하교 때는 어김없이 남동생 손을 잡고 다녔다.

남동생은 걸어 다닐 수는 있어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장애가 심하다. 의사표현도 할 수 없다. 어머니는 “작은애가 가끔 옷에 용변을 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큰애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옷을 갈아입히고 깨끗이 닦아주고 직접 빨래도 했다”며 “그러면서도 동생에게 짜증 한번 내지 않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닭 튀김을 좋아하는데 가끔 배달을 시키면 누나는 항상 동생을 먼저 챙겼다고 부모는 전했다.

남매 부모는 2년 전 학교 현장학습 때 서울 덕수궁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다고 했다. “덕수궁 안을 구경하는 동안 누나는 남동생의 손을 줄곧 놓지 않았고 심지어 사진을 찍을 때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며 “식사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김치닭고기를 동생에게 먼저 집어주는 것을 보고 우리가 미안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가정 형편으로 아이들과 나들이를 자주 하지 못했다”면서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한 덕수궁에서 그렇게 밝게 웃고 좋아하던 딸아이가 이젠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모든 희망을 잃은 것만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누나는 화재 사고 당일에도 끝까지 남동생을 곁에 두고 있었다. 남매는 화재 현장에서 발견될 당시 남동생의 다리가 누나의 몸에 얹혀 있었다. 소방 관계자들은 “누나가 의식을 잃는 순간까지도 동생을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숨진 누나는 발견 직후 인근 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심폐소생술을 거쳐 밤늦게 일산백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남동생과 나란히 누워 9일 동안 힘겨운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유독가스로 인한 뇌손상이 커 그렇게 아끼던 남동생을 남겨두고 먼저 가족 곁을 떠났다.

메모 :